영국에서 인정한 찐 부자, 켈리 최의 저서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를 읽었습니다.
켈리 최는 국내에서도 명실상부한 유명인입니다. 국내에 켈리 최의 초밥 도시락이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저서나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꿈을 가진 사람들의 멘토로서 대중과 꾸준히 접점을 맺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우연히 타고 넘어간 유튜브를 통해 켈리 최에 대하여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이룬 부를 과장해서 이름을 알렸다가 이후에 발각되는 사례도 있어왔기에, 처음에는 의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켈리 최는 찐이었습니다. 찐 부자.
켈리 최를 설명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가난한 시골 토박이 출신의 세계적인 초밥 도시락 CEO, 마흔이 넘은 나이에 10억 빚더미에 오르고 베컴 부부보다 더 큰 부를 이룬 부자, 2020년 <선데이 타임스>에서 영국 345위 부자로 선정된 아시아인, 요트 세계 일주를 하며 워라밸을 실현하는 라이프스타일 롤모델 등. 어떻게 아시아의 한 여성이 이토록 많은 것을 이루고, 그처럼 멋있게 살아가고 있을 수 있을까? 그녀의 스토리가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나 다른 차원에 사는 것 같은 '켈리 최'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은, 그녀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 10억이란 빚을 지고서도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성공신화를 이룩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단히 속 끓이며 살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아무 것도 되지 혹은 하지 못한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드는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 제 마음속에서는 그런 마음이 꿈틀거렸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이미 많이 지나온 거 같을 때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 걸까? 묻고 싶었습니다.
책 내용 속 켈리 최의 성장배경과 사업 일대기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자란 켈리 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집안 사정 상 고등학교 진학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에 서울로 혼자 올라가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며 한 여자고등학교의 야간학교에 다니며 학업을 이어갑니다. 이후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가 패션의 본 고지 프랑스로까지 유학을 가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준비를 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전시광고업을 함께 운영하게 됩니다. 9년 간 공동대표로 사업을 운영하던 중 경영악화로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동업으로 운영하던 사업의 실패로 켈리 최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하루아침에 10억의 빚을 지게 됩니다. 그 후 2년 간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초밥 도시락 사업을 구상하였고, 이로 재개에 성공하여 현재는 유럽의 약 11개국에 지점을 둔 연 매출 5천 억 원의 글로벌 기업 켈리 델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뻔 할 수 있지만 뻔하지 않은 자기계발서였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그녀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강인한 사람이었습니다. 유년시절의 일화를 보면, 본디 성향에서 불도저같은 실행력이 느껴집니다. 전북 정읍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본으로, 프랑스로 그녀가 더 넓은 세계로 갈 수 있었던 것도 밀어붙이고 보는 타고난 성미 덕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실행력과 추진력이 사업의 첫 번째 덕목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한 번의 커다란 사업 실패를 거쳐 성공을 이룬 과정에서 얻은 해찰이라 생각됩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하여 균형감각을 지니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솔루션을 주고자 하는 듯한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켈리 최의 관점과 태도에 그녀의 이야기가 보다 진정성 있게 들렸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사업가의 길을 꿈꿔왔던 것도, 탁월한 감각을 보유했던 것도 아니었다 말합니다. 예로, 이전 사업에서 인사 문제 (회사와 맞지 않은 비전문가 채용, 권위적인 말투와 태도로 직원을 대했던 것 등)나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의 불찰로 경영문제를 겪었음을 고백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녀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고 고민하고 실패했고, 그 안에서 차츰 발전하였다는 이야기는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비범한 사람이 맞지요. 전세계를 누비며 요트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글로벌 CEO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떠올려 본다면 이것도 당연하겠지요. 그녀 스스로는 평범한 사람이라 말할지라도, 이미 30대에 한국 지점과 프랑스 지점이 있는 사업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었고, 지인들에게만 10억에 가까운 돈을 빌릴 수 있었다는 점만 해도 일찍부터 평범한 그릇의 평범한 삶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한 점도 있었습니다. 초밥도시락 사업을 시작할 때 10억 빚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따로 나와있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또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C 마트에 켈리델리 입점 계획안을 제출할 때와 첫 미팅 때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다면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었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자기 계발서에서는 취할 것만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이뤄낸 대단한 성과는 경이롭고, 배울 점을 시사해주지만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일정 부분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상의 1-2% 안팎에 들 성공신화를 두고 내 삶을 채찍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켈리 최가 이룬 성과와 그녀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중과 지속적으로 삶에 대한 영감을 나누는 그녀의 행보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밑줄 긋기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행운과 우연에 인생을 거느니 내가 직접 찾아가는 편이 더 쉽고 빠르고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원하는 바를 이룰 가능성도 높다. p.106
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이렇게 말한다.
"한 분야의 책 100권만 제대로 읽었다면, 그 분야 학위를 딴 것과 같다. p.127
진심을 다해 도움을 청해본 적이 있습니까 p.149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50
캘리델리가 잘되고 나서 우리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 한 몇몇 경쟁업체들이 생겨났지만, 나는 이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열 배 잘하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만 어떤 업체가 나타나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뚝심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p.282
켈리 최,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다산북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