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유럽 비즈니스 여행기로, 27년간 리빙디자이너로 일하며 <베르사체 홈> <프레테 홈> 등의 해외 패브릭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한 저자가 유럽의 백화점과 박람회장에서 보내며 얻었던 영감과 비즈니스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가 애정하는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 덴마크의 장소와 브랜드, 디자인페어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눈이 즐거워지는 사진과 함께 처음 들어보는 페어나 생소한 브랜드, 알지 못했던 제품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펼쳐져서 흥미롭게 읽힙니다.
책 마지막 뒷부분에 정리된 국가별 주요 디자인 페어 리스트와 패브릭 원단의 종류, 타월 선택 팁과 같은 내용도 전문 분야가 아니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라서 새롭고 유용했습니다.
1 /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말이 뇌리에 쏙 박혔습니다. 요새 쇼핑을 많이 해서 약간의 죄책감이 들려했는데 위안? 이 되었습니다. 다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쇼핑을 좋아한다는 건 언제까지나 미지의 무언가에 호기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_무라카미 류
2/ 어떤 이불이 좋은 이불인지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대답으로 저자는 '아이더다운Eiderdown 실크 이불'이라 답합니다. '아이더다운'은 참솜깃오리(아이더덕) 암컷의 가슴 솜털로 만들어진 구스로 이불 하나가 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합니다.
이 오리는 야생에서만 서식하고 유럽에 200만 마리만 서식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깃털로 인위적으로 뽑아서는 안되고 둥지에 남겨진 것만을 채취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불 한 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깃털 중량이 1,000g인데, 참솜깃오리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깃털의 무게는 고작 5g에서 최대 20g이라고 합니다. 이불 하나를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노고를 헤아려보면 자동차에 비견되는 가치가 이해되면서도,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이불이라니 어마어마합니다. 프리미엄의 세상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3/ <스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 3 Days of Design>은 2012년부터 매년 보통 5월과 6월 사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 행사로, 전시장이 아닌 디자이너 숍이나 아틀리에 등 장외 전시장에서 진행됩니다. 덕분에 전시가 열리는 3일 동안은 코펜하겐 도시 전체가 디자이너의 영감으로 가득찬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올 해도 열리겠죠? 전시장 밖을 나온 디자인행사라니 어떤 분위기일지, 주요 관객은 누가 될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궁금합니다.
4/ 핀란드의 <핀레이슨FINLAYSON>은 1820년 제임스 핀레이슨이 론칭한 브랜드로 200년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침구, 쿠션 등 패브릭 리빙제품부터 주방용품, 패션용품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홈 텍스타일 브랜드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4/ <조앤더주스JOE&THE JUICE>가 덴마크에서 온 브랜드였습니다. 책 속에서 조앤더주스 론칭 과정의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적자면 구스 이불 계약을 하러 간 저자가 우연히 맛본 조앤더주스에 반해, 독점계약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커피만 마셔봤는데 주스를 마셔봐야겠습니다.